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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미루me
2012. 5. 1. 16:31
어릴적 딸이 많았던 우리집은 아침이면 언제나 머리손질 때문에 전쟁을 치러야했다.매일 아침 머리손질하기 바빴다. 초등학교 4학년때 여름 어머니께서 나와 동생들 모두 모이라고 하시기에 갔더니 손에 가위를 들고 계시면서 모두 머리를 짧게 자르자고 하셨다. 당시 내 아래로 여동생이 둘이나 있었으니 그렇잖아도 농사일로 바쁜데 아침마다 딸내미 머리 손질해주는 일이 너무 힘들다면서 너부터 자르자고 하시며 내곁으로 오셨다.싫다고 엄살을 부리며 이리저리 피하기도 해보았지만 어느새 하얀 보자기가 내 어깨위로 씌워졌고 긴 머리카락은 조금씩 잘려나가기 시작했다.더 이상 싫다는 소리도 못하고 눈물을 뚝뚝 흘리며 떨어지는 머리카락을 보고만 있었다.평소 눈물이 많았던 나였기에 어머니는" 눈물도 많다.울기는 왜 울어 시원하겠구만"하시며 바쁘게 머리카락을 잘라나갔다.한참뒤"가서 거울 한번 봐라 예쁘게 깍아졌다"하시기에 거울을 보니 길었던 머리는 짧은 단발머리로 변해 있었고 그후로도 며칠동안은 거울앞에 서서 머리를 만지기만 했으며 학교가는 시간 외에 집밖으로 나가질 않았다. 그후로도 몇번은 머리깍는 일을 어머니에게 맏겨야만 했으며 어머니의 솜씨도 조금씩 늘어만 갔다.
가끔 머리손질 하시던 어머니를 떠올리곤 한다.농사일로 바빴지만 언제나 곱게 빗질하고 볕에 얼굴이 탈까봐 수건을 두른뒤 밭으로 나가시곤 했다.나는 어머니처럼 예쁘게 머리손질을 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