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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셀로드 신부와 박민서 신부의 만남

by 미루me 2013. 11. 26.

           시청각장애 신부 악셀로드, 청각장애 박민서 신부와 ‘침묵의화’    

 

그것은 침묵의 대화였다. 가끔 “으으으” 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주변 누구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렇지만 두 사람은 상대방의 손을 만지고 연신 고개를 끄덕거리며 한없는 존경과 신뢰를 표시했다.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촌동 한강성당. 세계 최초이자 유일한 시청각장애인 가톨릭 사제인 키릴 악셀로드 신부(71·남아프리카공화국)와 아시아 최초의 청각장애인 신부인 박민서 신부(45·가톨릭농아선교회)를 함께 만났다. 소리뿐 아니라 빛까지 잃은 채 지팡이에 몸을 의지한 노구의 신부는 그나마 앞을 볼 수 있는 박 신부의 부축을 받았다.

어느 순간, 박 신부의 눈에 눈물이 비쳤다. 두 살 때 홍역으로 청각을 잃은 뒤 가톨릭 사제의 꿈을 꾸던 시절부터 그에게 악셀로드 신부는 같은 길을 걸어온 오랜 동지이자 스승이었다.

악셀로드 신부는 영국 미국 홍콩 등 8개국 수화로 의사표현을 할 수 있지만 보지도 듣지도 못하기 때문에 상대의 수화를 촉각으로 인식한다. 이날 인터뷰는 기자가 질문하면 최연숙 수녀(순교복자회)가 중국 광둥어로 옮기고, 악셀로드 신부는 수화 통역자인 시몬 찬 씨(홍콩)의 손을 만져 질문을 파악한 뒤 답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악셀로드 신부의 수화 답변은 찬 씨가 광둥어로 옮기고 최 수녀가 다시 우리말로 옮겼다.

어느새 이들의 대화는 1997년 가을 미국 워싱턴에 있는 농아전문대학 갤러뎃대에서 처음 만난 시점으로 거슬러 가 있었다.

“그해 박 신부를 만나는 순간 희망과 흥분을 함께 느꼈어요. 박 신부가 한국의 청각장애인을 위해 큰일을 할 것으로 예감했는데 정말 그렇게 됐어요. 기적입니다.”(악셀로드 신부)

“신부님은 겸손하고 평화로운 분이었습니다. 그 뒤 신부님이 남은 시력마저 다 잃었다는 소식에 제 가슴이 무너졌어요.”(박 신부)

세 살 때 선천성 청각장애 진단을 받은 악셀로드 신부는 1970년 사제가 된 뒤 세계 각지에서 청각장애인을 위한 사목 활동을 펼쳐 왔다. 1980년 시각과 청각 장애를 모두 갖는 어셔증후군 판정을 받은 뒤 2000년 시력을 완전히 잃었다.